지난 칼럼에서는 인지주의 학습이론과 구성주의 학습이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인지주의 학습이론은 학습의 궁극적인 목적인 ‘어떻게 장기기억에 정보를 저장하고 상기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진 이론으로 학습자료를 어떻게 구성하고 제작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구성주의 학습이론은 ‘지식은 주관적이고 학습자가 스스로 구성해 나간다’라는 측면에서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지식습득과 문제해결에 중점을 둔 수업 운영과 관련되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지주의와 구성주의 학습이론을 활용한 효과적인 수업 운영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일반적으로 수업을 성의 있게 하려면 학습자들에게 피드백도 잘 주고 상호작용을 많이 해 주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하지만 교수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실적으로 다수의 학습자에게 일일이 피드백을 주고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수업 준비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한데, 학습자들과 상호작용까지 하려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많은 교수법 강의에서는, 잘 가르치는 교수자는 학습자들과 교감이 많고 피드백도 부지런히 잘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를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고 현실적으로 상호작용에 드는 많은 시간과 부담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못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있다면 어떻게 교수자는 시간과 부담을 줄이고, 학습자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수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1. 편견을 버리자

우선 한 가지 편견을 버릴 필요가 있다. 바로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일일이 1대 1로 피드백을 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것은 개인과외처럼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일일이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1대 1로 피드백을 해 주지 않더라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교수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2. 잘 만들어진 수업교재, 수백 번의 상호작용 안 부럽다

일단 수업의 특성별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먼저 수업 내용의 특성이 정보ㆍ개념ㆍ원리 등 지식의 전달과 이해가 목적인 수업이 있다. 이때의 내용은 학습자들이 비판적ㆍ창의적으로 내용을 검토해야 하기보다는 주어진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서 시험 볼 때 내용을 잘 기억해낼 수 있는 성질의 수용(受容)적 학습(Receptive Learning)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주도면밀하게 아주 잘 만들어진 수업 교재만을 주고 혼자 공부하게 한 집단과 간단한 자료를 주고 학습자들에게 1대 1로 피드백을 주면서 질의응답 상호작용을 한 집단 간에 성적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림1. 온라인 수업에서 잘 만들어진 교재로 혼자 공부한 집단과 간단한 자료를 주고
1:1 상호작용을 한 집단 간 성적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온라인수업 환경에서이다. 여기에서 잘 만들어진 수업 교재란 교수자의 상호작용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교수자가 직접 수업하는 것을 듣는 듯이, 교수자가 상호작용을 해주는 것처럼 느낄 수 있듯이, 적당히 재미있고 효과적인 교재를 말한다. 예컨대 온라인수업 교재는 아니지만,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콘텐츠 제시 방식으로 ‘만화’라는 방법을 채택하였고 내용과 기술 또한 방대한 정보와 역사적 사실들을 지루함이나 복잡함 없이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기술한 교재이다. 만화 그림이 아닌 내레이션 텍스트 부분의 진술도 제삼자가 말을 하듯이 구어체를 이용하였다. 인지주의 학습이론에 근거에 학습자가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집중할만한 요건을 충분히 갖춘 교재라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교재가 이렇게 기술되거나 구성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는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할 때는 기왕이면 학습자들이 더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텐츠 설계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세심하게 설계하여 잘 만들어진 교재 하나면 이것으로 혼자 공부를 해도 교재 없이 교수자가 많은 피드백을 주는 집단 못지않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교수자가 일일이 피드백을 주는 것만이 항상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므로 학습 내용이 수용적 성격일 경우에는 한 번쯤 시간을 들여서 세심하게 잘 설계되어 구조화된 교재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3. 잘 설계된 학습자-학습자 상호작용으로도 학습 효과 극대화 가능

학습 내용의 성격이 학습자들이 아무 비판 없이 그저 수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비판하고 자신만의 통찰력을 가져야 하며 창의적으로 재개념화하는 등의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 학습 내용을 다루는 수업의 경우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업의 효과와 관련한 실험 결과가 있다. A 집단에게는 세심하게 설계하여 잘 만들어진 교재를 제공하여 혼자 공부하게 하였고, B 집단에게는 주제 하나만 던져주고 학습자들끼리 치열하게 토론하게 하였다. A 집단에게 제공된 교재는 B 집단에서 이상적으로 토론되었을 때의 찬론ㆍ반론, 그에 대한 또 다른 반론 등을 잘 정리한 것이며, 이를 게시판 모양으로 구성하여 제공하였다. 비유하자면 밥상을 다 차려주고 학습자들은 떠먹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B 집단에게는 주제 하나만 던져주고 학습자들끼리 토론한 후 최종 결론만 제출하라고 하였다. 비유하자면 시장부터 봐서 밥상을 차려보라 하는 식이었다. 결과는 B 집단의 학습자들이 시험 성적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를 보였다.

그림2. 토론 내용이 잘 정리된 교재로 혼자 공부한 집단보다
학습자 간 토론한 집단의 성적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비판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수업의 경우에는 잘 만들어진 교재로 혼자 공부를 한 경우보다 다른 비판에 직면하고 그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면서 자기만의 비판적 통찰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구성주의 학습이론에 근거한 수업방식과 닮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경우에도 역시 교수자가 피드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수자는 주제를 안내하는 안내자와 토론 관찰자의 역할을 하였으나, 토론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학습자-학습자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번 칼럼 서두에 잠깐 언급했듯 온라인 학습에서 교수자가 일일이 학습자들에게 피드백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학습자들끼리 온라인 토론을 하는 경우, 특히 학습자 수가 많기라도 하면 게시되는 글을 수는 엄청나게 많아질 수 있다. 이때는 교수자가 그 모든 글을 일일이 읽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두 번째 실험의 결과처럼 학습자-학습자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높은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자. 교수자가 1:1로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자.

 

 

글 : 지식디자이너 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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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컨설턴트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약 14년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교육과정 교수설계와 교육 운영을 담당하였으며, 현재는 사단법인한국U러닝연합회의 파트너 강사로서 이러닝 교수설계자 양성을 하고 있다. 2019년 기업 교육 컨설팅 회사인 지식디자인을 설립하여 기업 교육과 관련한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