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여년 전의 일이다.

나의 두 번째 직장이자 약 10년간을 근무했던 이러닝 콘텐츠 개발사가 막 성장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열 다섯명 남짓한 직원들과 이러닝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한창 바쁠 무렵 프로젝트 하나가 크게 틀어져서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양의 콘텐츠 개발을 해야만 했다.

당시만 해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기 전이니,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야근을 권고하였고, 직원들도 프로젝트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었던 터라 대부분 잘 참여를 해 주었다. 야근은 불가결한 것이고, 언제까지 야근을 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직원들 중에는 대중교통이 끊기지 않는 시간까지 하겠다. 또 다른 직원은 주변에 숙소를 잡아 준다면 새벽까지라도 일을 하겠다라며 각자의 열의를 보여 주었다.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던 나로써는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 주변에 마련한 숙소를 오가며, 혹은 막차가 끊기기 전까지 일을 하는 날이 대략 한 달 정도 지속되었다. 어쩌다 일을 하다 대중교통 막차 시간을 놓치게 되는 경우에는 나는 직원들 몇 명의 집을 들른 후 퇴근 하기도 하였다. 프로젝트 마무리 후 직원 중 일부는 퇴사를 했을 정도로 참 힘든 시기였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구성원들간에 신뢰와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었다. 고난 속에서 얻어진 값진 것이었다. 그 프로젝트 이후로도 유사한 위기들이 있었지만, 그 동안에 쌓인 유대감과 노하우로 좀 더 쉽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들은 고객사에게 '어떤 어려운 프로젝트도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키며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

 

차별화와 저비용 동시 추구를 통한 블루 오션(Blue Ocean) 전략의 성공사례로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이 많이 소개 된다. 사우스웨스트는 비행기의 속도와 자동차의 경제성 및 유연성, 이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는 트레이드오프를 깨고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이를 위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대다수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가격으로 빈번하고 유연하게 운행하는 고속 이동수단을 제공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친절한 서비스, 속도, 수시 직항 서비스에 집중하는 반면 기내식과 라운지 서비스, 좌석 배정 시스템 등에는 추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같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운영 사례는 다양하게 소개되고 벤치마킹이 되고 있지만, 유사한 성공사례는 없는 것 같다. 운영 체계와 방법은 공개가 되어 있지만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구성원들의 경험과 그로 인해 형성된 조직문화 때문이다. 회사가 구성원을 구성원이 회사를 가족으로 여기고 있어 사람들 간에는 신뢰가 존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우 활발한 의사소통과 공유가 일어난다. 이러한 가족 정신은 회사 내에 불행한 일을 당한 직원을 위해 쓰일 재난펀드가 500,000 달러나 모인 것이나, 석유파동 당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130,000 달러를 모금한 것, 약물 중독에 걸린 구성원을 회생시키기 위해 의료보험을 들어 준 것 등의 수많은 미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구성원들이 겪은 최고의 경험들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차별화 될 수 있고, 서비스의 모방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조직문화, 특히 직원 경험의 중요성이 최근 부각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최고의 직원 경험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