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사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다양한 경로로 지식을 습득한다. 2015년에 한 여자 중학교에서는 재미있는 조사를 했다. 1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조사한 것이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았다.
책에 있는 지식을 다른 매체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독서할 시간에 다른 방법으로 배우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자기가 알고 싶은 내용보다 그렇지 않은 내용이 더 많아서
책 말고 다른 것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림1. 2015년 한 여자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조사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는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보가 더는 책과 종이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과거에는 ‘문해력(文解力)’, 즉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표준국어대사전, 2019)이 학습과 생활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글뿐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 디지털 문법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모두 소화해내고 활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이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10대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브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개발된 플랫폼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정보를 알고 싶을 때 기성세대는 포털사이트를 검색하지만 10대와 20대는 유튜브를 검색한다고 한다. 여러 통계를 살펴보면 실제로 10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미디어는 유튜브이고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더 많은 정보가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책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
간결의 추구와 마이크로러닝
이러한 학습의 경향에 맞춰 짧고 간결한 마이크로러닝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다. 마이크로러닝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한입 크기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즉 학습자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분량과 내용의 학습을 의미한다.
그림2. 마이크로러닝은 한입 크기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나 학습이다.
이런 마이크로러닝에 대한 니즈는 성인들의 학습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1996년 리더십 교육으로 유명한 글로벌 교육 기관인 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에서 성인들의 학습과 관련한 70:20:10 모델을 언급하면서 많은 기업이 성인의 학습 활동에 대해 집중을 했다. 70:20:10 모델은 학습의 70%는 업무 경험을 통해서, 20%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10%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의실이나 교실에서의 교육을 통해서 일어난다는 개념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강의실이나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습은 10% 정도에 불가하며, 상호작용이나 현장에서의 업무 경험을 통해 학습이 일어나고 있다’ 즉, 무형식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이다.
그림3. 70:20:10 모델은 무형식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이다.
일하다가 업무와 관련해 모르는 게 생기면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에 질문을 올린다거나 유튜브 영상을 검색해 보는 행동 등은 모두 무형식 학습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학습을 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성인들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마이크로러닝은 매력적이다.
학습 콘텐츠의 기준
그렇다면 유튜브의 영상과 같은 짧은 영상들은 모두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유튜브와 같은 짧은 영상들을 마이크로러닝 콘텐츠, 다시 말해 학습 콘텐츠로 활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학습 콘텐츠라고 규정 지을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1) 학습 콘텐츠는 지식수준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 등의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곤 하는데, 분명히 차이가 있다.
데이터 : 단순한 사실의 나열
정보 : 의미 있는 데이터
지식 : 가치 있는 정보
지혜 : 패턴화된 지식
그림4. 데이터, 정보, 지식, 지혜는 구분된다.
학습 콘텐츠는 지식수준 이상의 가치인 지식이나 지혜수준의 가치를 학습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를 많이 습득한다고 지식과 지혜가 쌓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영상들은 정보 제공 수준의 영상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2) 학습 콘텐츠에는 학습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학습은 역량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역량이란 지식(Knowledge), 기술(Skill), 태도(Attitude)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학습자가 지식, 기술, 태도 중 하나에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습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준이 학습 목표이다. 학습 목표는 교수자 즉, 강사나 교사가 수업 상황 이전에 설정하는 ‘학습자 변화에 대한 기대치’이다. 학습 목표는 ‘학습자가 내 수업을 듣고 나서 이 정도 수준은 되었으면 좋겠어’와 같은 기대를 명시한 것이다.
그림5. 학습 목표는 학습 이후의 기대를 명시한 것이다.
제조 기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이들은 현재 어떤 부품을 10분에 5개를 제작할 수 있는데, 학습을 통해서 동일한 시간 내에 좀 더 많은 부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학습 목표를 ‘10분 이내에 7개의 부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설정한다면 이 수업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10분에 7개의 부품을 제작하는 것’이 된다. 수업을 받은 후 근로자들이 7개 이상의 부품을 10분 내에 제작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효과적인 수업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 목표에 대해서는 다음 회차 칼럼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마이크로러닝 콘텐츠에 대한 오해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는 10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라고 오해하고 있는 이들을 있다.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는 짧고 간결한 콘텐츠를 의미하기는 하지만 시간에 대한 기준은 없다. 앞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는 한입 크기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이며, 한입 크기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학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는 하나의 학습 목표를 가지며, 해당 학습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콘텐츠의 길이가 30초가 될 수도 있고 30분이 될 수도 있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30초 만에 습득할 수 있다면 그것이 마이크로러닝 콘텐츠이고, 조금 개념이 어려워 30분 정도 걸린다면 이 역시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유튜브와 같은 짧은 영상을 마이크로러닝 콘텐츠로 활용하려면 지식수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영상을 제작할 때는 학습 목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 : 지식디자이너 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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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컨설턴트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약 14년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기업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업무를 하였으며, 중앙대학교에서 HRD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2019년 부터 지식디자인이라는 1인 기업을 운영하며 HRD와 관련한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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