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에듀테크의 발전과 온라인 교육 효과가 입증되어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코로나 19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이다. 대학에서는 3월 중순부터 온라인 개학을 하여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3월 31일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순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원들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하며 휴업을 한 곳이 적지 않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겪게 된 상황이라 온라인 교육 준비에 학교급별로 교수와 교사들이 애를 먹고 있다. 수업자료를 어떻게 준비할지, 어떤 수업 도구를 활용할지, 온라인 수업이 처음인 학생들에게 방법을 어떻게 안내할지 등을 고민하며 처리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한편에서는 일부 교사를 필두로 수업 자료들을 모으고, 온라인 도구들을 사용한 경험을 공유해가며 현 상황을 극복해 가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그림1. 교사 간 자료와 온라인 도구의 사용 경험과 노하우 공유가 SNS를 통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교수설계’ 도대체 뭐 하는 거지?

 

이렇게 어떤 수업자료를 활용하고, 어떤 온라인 도구들을 사용할지에 대한 의견 공유나 검증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바로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음식을 만드는 것에 비유한다면 각종 재료를 구하고 주방 도구들을 사용해 본 경험에 대한 공유는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을 이용하여 어떤 조리법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지에 대한 논의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기획 활동, 그것이 바로 수업의 레시피라 할 수 있는 ‘교수설계’이다.

 

그림2. 교수설계는 수업의 레시피라 할 수 있다.

 

사실 ‘교수(敎授)’라는 단어도 낯설고, ‘설계(設計)’라는 단어도 낯설다. 교수설계는 ‘교사와 교수개발자에 의해 수행되는 전문적인 활동으로서, 특정한 학습 내용이나 특정의 학습진단에 대하여 학습자의 지식과 기능 면에서 기대하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최적의 교수 방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칼럼에서는 ‘교수설계’에 대한 이론적인 정의를 깊이 있게 파고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쉽게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기획하는 일’ 정도로 기억해 두자. ‘수업’을 생각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교사나 강사가 앞에 서 있고, 학생들이 앉아 있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수업에 대한 준비는 교실 활동 이전부터 시작된다. 교사나 강사는 교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할지,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할지, 어떤 자료들을 활용할지 등을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교수설계는 바로 ‘교실 활동 이전에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효과적인 수업의 의미

 

‘효과적인 수업’의 의미는 무엇일까? 앞에 있는 교사나 강사가 재치가 있고 말솜씨가 좋아서 수업이 재미있고 이해가 잘 된다면, 효과적인 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재미있고 이해가 잘 되는 수업이 중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수업이 효과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효과적인 수업은 1) 학습자들의 부족한 역량 파악을 통해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2) 그들의 학습 상황과 학습 성향을 파악하여 적절한 학습자료를 준비하고 수업 기법을 활용하며, 3) 목표한 것만큼의 학습자 변화를 이끌어 내는 수업이다. 교수 설계의 목적은 바로 체계적으로 효과적인 수업을 만드는 데 있다.

 

그림3.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과정은 높이 뛰기에 도전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교수설계, 강사나 교사 혼자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보통 수업을 진행하는 주체는 강사나 교사이다. 그리고 교실 활동 이전에 수업 준비를 하는 주체도 이들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들이 스스로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 진행을 잘해 왔는데, 이들 외의 사람들이 굳이 교수설계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질문은 상황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어떤 수업을 강사나 교사 혼자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수설계에 대한 지식과 방법론을 이들만 잘 알고 있으면 된다. 개인 차원의 교수설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의 방법을 공유해야 할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 교육, 특히 대기업의 경우 어떤 교육은 수천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전체 1,000명 직원을 교육해야 하고 한 개 분반의 인원을 25명이라고 가정한다면, 총 40개 분반을 교육해야 한다. 보통 한 과정은 한 명의 강사가 진행을 하고, 하루 한 개 분반씩 교육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교육은 업무 일(Working Day)에 진행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체 직원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대략 2개월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업 교육에서는 교육 기간 단축을 위해 한 과정을 여러 강사가 담당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학습자들이 강사 개인의 지식과 역량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적인 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집단 차원의 교수설계가 필요하다. 학습의 목표와 수업의 방법, 학습 자료 준비 등을 과정 담당 강사들이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같은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들끼리 교수 설계를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교수 설계는 강사나 교사가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개인 차원 또는 집단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수설계의 차이점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는 몇 가지 차이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산출물 혹은 결과물의 차이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수업에서 어떤 활동을 할 건지를 정의한 ‘강의안’, 강의에 활용할 ‘강의 교안’과 학습자에게 배포될 ‘워크북’, 강의의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방법이 기술된 ‘강의 매뉴얼’ 등이 만들어진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는 수업의 활동과 교수설계전략, 매체 선정, 개발 일정의 내용을 담은 ‘교수설계 전략안’, 지식 측면의 수업 내용이 담겨 있는 ‘교안 및 원고’, 수업의 콘텐츠 화면구성과 내용을 명세해 놓은 ‘스토리보드’ 등이 만들어진다.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또 다른 점은 참여자이다. 오프라인 수업의 개발을 위해서는 강사나 교사 한 명, 혹은 강사나 교사가 그룹으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온라인 강의에서는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수업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내용 전문가 혹은 강사, 교수설계를 담당하는 교수설계자, 시각적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영상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는 PD, 온라인 콘텐츠 웹페이지 코딩을 위한 개발자 등이 참여를 하게 된다. 

그림4.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온라인 수업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온라인 수업의 산출물 중의 하나인 스토리보드는 이러한 다양한 참여자들이 원활히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보드에 대해서는 아홉 번째 칼럼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운영될까?

 

 오프라인 수업이나 온라인 수업 모두 분석-설계-개발-실행-평가의 절차를 거쳐서 개발되고 운영된다. 1) 학습에 대한 수요 및 학습자의 특성들을 분석 단계에서 파악하고, 2) 설계 단계에서는 파악된 내용들을 토대로 적합한 수업 방법과 목차 등을 결정한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 단계에서 스토리보드가 만들어진다. 3) 개발단계에서는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강의 교안’, ‘워크북’, ‘강의 매뉴얼’ 등이 만들어지며, 온라인 수업의 경우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디자인, 촬영, 영상 편집 등이 진행된다. 4) 오프라인 수업의 실행 단계는 강사나 교사가 강의실이나 교실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며,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습자들이 특정 웹페이지에 접속하여 편집이 완료된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자료를 확인하며 학습하는 단계이다. 이와 같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의 개발 및 운영 절차는 유사하지만 각 단계별 산출물이나 진행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그림5. 수업의 개발 및 운영 절차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동일하지만
산출물 및 활동에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다룰 내용들

 

이번 칼럼에서는 교수설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산출물과 개발 운영 절차 측면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업의 차이점을 확인해 보았다. 이후 11회에 걸쳐 교수설계의 이론과 함께 오늘 강조했던 수업의 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고자 한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온라인 수업에 비중을 두고, 활용 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와 운영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11회, 12회차에서는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서 진행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소개할 예정이다.

 

 

글 : 지식디자이너 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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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컨설턴트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약 14년간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기업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업무를 하였으며, 중앙대학교에서 HRD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2019년 부터 지식디자인이라는 1인 기업을 운영하며 HRD와 관련한 컨설팅과 강의를 수행하고 있다.